自序

암울했던 시대, 농촌마을에서 태어나
큰 어려움 없이 대학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, 내 자신이
선택받은 사람이란 생각에 부모님께 평생동안 감사드리고 있습니다.
척박했던 그 시절에 전문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
교수님의 말씀과 교과서적인 몇 권의 책이 전부였습니다.
보고 싶은 것이나 들을 것이 없는 피폐한 환경 속에서, 오직
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회 상황이 오히려
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.
이러한 개척정신과 집념이
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.   

대학 졸업 후 건축전문가로서 살아온 35년의 세월은
제 인생의 전부라고 할 만큼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. 저는 인복이 많아
가는 곳, 어디에서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
무영가족들이 너무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.
또한 맡겨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일에만 파묻혀 살아 온 세월 속에서
‘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린다’라는 평범한 진리를
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.

이순(耳順)에 접어들면서 이제 약간의 철이 들어
부질없이 앞만 보며 살아온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며
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정리했습니다.
이 또한 남은 삶을 위하여 큰 의미도 있겠지만, 저와 함께
고락을 같이한 많은 무영가족들의 손때 묻은 크고 작은 작품들을
그냥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많아
큰 용기를 가지고 출간을 하여 감히 여러분들 앞에 내놓게 되었습니다. 항상
무영건축과 저를 격려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선배님 그리고,
친지, 친구 여러분께 보잘 것 없는 작품집이지만 정성을 담아
드리고자 합니다.

안길원